종계 지킴이를 넘어 든든한 인생 동반자로, 신정환 지역 소장

 “밥숟가락 개수까지 알아야죠”

종계 지킴이를 넘어 든든한 인생 동반자로

동우팜투테이블 종계팀 신정환 지역 소장

 

 

 

우리가 일상에서 즐겨먹는 치킨은 원종계부터 시작해서 종계, 육계까지 약 66~67주 사육 기간을 거친다.

부모가 건강해야 건강한 자식을 낳듯이, 종계(씨닭)는 건강한 병아리 생산을 위한 근간인 셈이다.

그 중심에는 팜투테이블·참프레 종계 위탁농장을 관리해온 12년차 동우맨 종계팀 신정환 지역소장이 있다.

헌신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농장주와의 상생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는, 신 소장의 농장 방문을 동행 취재했다.  

 

 

 

어린 병아리격인 종계가 5개월간(20주) 잘 사육되어 어미닭으로 성장하면, 육성농장에서 산란농장으로 옮겨진다.

이날 신 소장이 방문하는 곳은 충남 당진에 위치한 애환농장. 산란농장인 이곳은 총 8개 계사에 2만 6천수 닭들이 모여 있다.

애환농장에 들어서자 반갑게 맞이하는 김재환·최애란 부부. 농장주와의 상담을 시작으로 신 소장의 하루 업무가 시작된다.

 

오늘 애환농장 방문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농장주님께 발생율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농장에서 생산한 알은 부화장으로 옮겨지는데요, 농장주 입장에서는 자기가 생산한 알이 부화가 잘 되는지 궁금하잖아요.

가령, 부화기에 10개 알을 넣었는데 그중 8마리 병아리가 태어나면 발생율이 80%인 거죠. 발생율을 알아야 농장주 입장에서 닭을 잘 키우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요.

발생율이 좋으면 농장주 입장에서는 인센티브도 받으니까 좋고, 반면에 저조하면 더 분발해주십사 말씀드리고, 여러 환경 요인을 체크합니다.

 

주로 어떤 사항을 점검하나요?

가장 중요한 건 닭이 자라는 환경인데 온도, 습도, 환기, 깔짚 상태 등을 보죠.

그 외에도 급수기에서 물은 잘 나오는지, 닭이 물을 먹기에 높이는 적절한지 여러 요인들을 점검합니다.

특히 산란농장에 있는 암탉은 어둡고 안전한 곳에 알을 낳는 걸 좋아하거든요. 닭이 알을 낳는 곳인 난상이 포근하고, 빛이 덜 들어가는지도 봅니다.

난상이 지저분하거나 빛이 세게 들어오면 알을 잘 낳지 않으니까 농장주 입장에서도 힘들죠. 바닥에 있는 알을 일일이 손으로 수거해야 하니까요.

 

 

신 지역소장이 1시간 넘게 농장주 부부와 상담을 마친 후,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계사 안으로 들어간다.

닭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분변을 채취하고, 한발 한발 살포시 거닐면서 바닥에 깔린 깔짚 상태를 확인한다.

신 소장은 현재 부안, 정읍, 당진에 있는 종계 육성농장과 산란농장 10곳을 주 1회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그가 관리하는 종계만 약 33만수.

농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품질 좋은 알이 생산되도록 닭이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는지

면밀히 체크하고 점검하는 게 주 업무다.

 

 

알을 낳는 난상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개별난상과 군집난상 두 종류가 이 농장은 군집난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군집난상은 1m 간격으로 중간에 칸막이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닭에겐 덜 답답한 구조죠.

난상에 있는 알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자동으로 옮겨집니다.

 

 

종계는 1년 3개월이란 사육기간동안 약 155개 알을 낳는다.

애환농장 닭들은 평균 하루 1만8천개∼2만개의 알을 낳는다. 3일 간격으로 2개 알을 낳는 셈이다.

닭이 난상(알 낳는 곳) 외에, 바닥에 알을 낳을 경우 일일이 수작업으로 알을 수거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산란농장은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되도록 난상에서 알을 낳도록 유도하기 위해 난상에 사료를 넣어주고, 왕겨도 깔아주면서 최대한 포근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바닥에 있는 알이 잘 수거되는지도 주요 점검사항.

한번 일이 미뤄지면, 기하급수적으로일의 물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알이 오랫동안 방치될 경우, 닭들이 다니면서 더럽혀지거나 깨질 수 있기에 가능한 빨리 수거해야 한다.

“알을 깨끗하게 해주세요” 신 과장이 농장주에게 자주 당부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종계와 육계 사육을 관리해왔는데요, 사육 특징을 설명한다면?

종계와 육계는 우선 사육기간부터 차이가 많이 납니다. 종계가 1년 3개월동안 비교적 오래 천천히 키운다면, 육계는 한달 동안 키우니까요.

또한, 육계는 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고 예민해요. 그래서 환기시설이 중요하죠.

육계농장 사장님들이 주로 기온차가 큰 새벽이나 해질 때 부지런히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닭을 잘 키우는 농장주의 특징을 꼽는다면?

일단 성실하세요. 그런 분들은 닭에 대해 애착이 있으세요.

성실하다보면 관찰하게 되고, 닭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거든요. 닭 울음소리가 무언가를 경계할 때, 아플 때, 신경질 낼 때 다 다릅니다.

어느 날, 제가 한 농장을 방문했는데 농장주님이 계사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소리를 유심히 듣고 계시더라고요.

당시 닭이 상태가 안 좋아서 혹시 질병이 확산될까봐 면밀히 관찰하시는 거죠. 그런 농장주분들은 계사의 장단점을 알고 있어서 닭들도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그런 성향을 가진 분들을 잘 찾아내고, 회사와 좋은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인 거죠.

 

 

좋은 병아리를 생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 과장은 ‘사람의 성품’을 꼽는다. 농장주가 어떤 마인드로 병아리를 대하느냐에 따라 병아리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란다.

오늘 방문한 애환농장 역시 닭을 애지중지 키우는 덕에 성적(종란지수)이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이렇듯 상생파트너 관계인 농장주가 닭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농장을 돌며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방안을 찾는 게 바로 지역소장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농장주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그는 9곳의 농장을 들리면, 농장주가 건네준 9잔의 음료수를 모두 마신다.

농장주가 생각해서 건네주는, 그 마음과 정성을 헤아리라는 선배들의 가르침이기도 했다.

우선 서로 마음이 통해야 허심탄회하게 문제점도 털어놓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신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당시, 농장주로부터 새벽에 불시에 전화가 걸려오면 겁부터 났다는 그는, 지금은 수많은 경험을 거쳐 지역소장으로서 든든히 자리매김 하기에 이른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해오시면서 농장주를 대하는 비결이 있을 거 같아요.

지금은 농장주님을 자주 만나다보니까 농장 형태가 머릿속에 대략적으로 그려지죠. 전화로도 그 상황이 느껴져요.

닭이 잘 자라면 사장님 목소리가 하이톤이고, 안 되면 저음이고요. 일단 마음을 다독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다급해서 들리지가 않거든요.

 

 

애환농장 최애란씨는 이런 신 소장을 가리켜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고 귀뜀한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농장일에 전면에 나섰을 때 손잡아주었던 이가 바로 신 소장이었다.

전업주부로 4남매를 키우느라 ‘계란의 계’자도 몰랐던 그녀에게

차근차근 부모 심정으로 알려주었다며 고마움을 전한다.

“너무 걱정이 돼서 새벽 5~6시에 전화해도 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하면서 저를 다독여주세요.

제가 가서 보고 말씀드릴게요, 하면서…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두렵고 불안할 때 마다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로 보게 해주고요.

설명도 제 눈높이에 맞게 해줘요. 가령 몇 리터의 물이 필요할 경우, 어려운 단위(리터)로 말하는 게 아니라, 종이컵으로 2컵 반으로 하면 되요, 이런 식으로요.

언제 전화해도 편하게 받아주니까 신뢰가 가죠. 제가 복이 많죠. 힘들 때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농장주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그 말을 들으니, 입사 후 6개월 실습을 마쳤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는 솔직히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농장 사장님을 대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그때 대표님이 “자네한테 본격적으로 일도 안 맡겼는데 그만두려 하는가?”하시는데 제 자신이 창피하더라고요.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보자 했던 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서로 함께 노력해서 농장 성적이 잘 나올 때 보람도 있고요.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가 나온 거니까요. 그런 경험과 지난한 과정을 함께 했던 직장 동료들 덕분에 올 수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번 고무신 뒷꿈치가 닳도록 다녀야 한다” 선배님들이 해주신 조언대로 그는 지금도 지방 곳곳에 있는 농가를 돌며 농장주를 만난다.

그가 발이 닳도록 다닌 거리는 약 70만km. 지구를 17바퀴나 돌 수 있는 거리다.

“한번 해보기로 했으면, 제대로 가보자” 다짐했던 자신과의 약속이 어느 덧 12년 세월을 훌쩍 넘겼다.

“농장 가족들 밥숟가락 개수를 알 정도로” 수없이 만나 이야기 나누고 속내를 들어주었던 지난 시간들은,

지역소장을 너머 농장주에겐 없어선 안될 든든한 인생 동반자로 기억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