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계농장을 지키는 강원도의 힘, 보안농장 전흥근 이혜임 부부

종계농장을 지키는 강원도의 힘

보안농장 전흥근 이혜임 부부

 

전북 부안군 보안면에 위치한 종계농장인 보안농장.

동우팜투테이블·참프레 직영농장인 보안농장은 2012년 설립 이후 전흥근·이혜임 부부를 비롯한 4명의 직원들이 동고동락하며

120만수가 넘는 씨암탉을 보살피고 길러온 터전이다. 밤낮없이 부모 마음으로 종계를 품어온 이들이 있었기에 보안농장의 미래는 밝다.

 

 

보안농장의 계사 문을 열자 따듯한 훈기가 밀려온다. 뽀송뽀송한 깔짚은 아늑한 방을 연상시킨다.

문을 열자마자 일제히 한 방향으로 밀물이 밀려가듯 움직이는 병아리들. 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옹기종기 모여 모이 먹는 일에 집중한다.

보안농장은 종계인 씨암탉을 키우는 곳으로, 육계의 어미가 자리는 곳이기에 섬세한 보살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계농장에서 하는 일은 어린 아이(병아리)를 키우는 것과 같아요.

부화장에서 온 병아리들을 잘 키워 산란농장에서 알을 잘 낳을 수 있게 건강한 몸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큰 목표죠.

마치 애들을 시집 장가 보낸다고 생각하면 되요. 1주일을 1년으로 본다면, 20주(5개월)를 키워서 20살이 되면 산란농장으로 보내는 게 저희 역할입니다.”

 

 

전흥근, 이혜임 부부는 강원대학교 캠퍼스 커플이다. 복지원 봉사를 다니면서 선후배로 친하게 지내다가 2003년에 결혼, 부부 연을 맺은 지 어느 덧 15년이 흘렀다.

남편을 따라 입사한 아내는 이젠 없어선 안 되는 든든한 동반자다. 하루종일 함께 있다보니 이젠 서로 표정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슬하에 2남매를 둔 이들 부부는 보안농장 관사에서 생활하면서 24시간 12동에서 자라는 12만 마리 닭을 보살핀다. 가끔은 이런 남편이 아내 이혜임씨는 안쓰럽다.

“어린 병아리가 들어오면 약 2주간은 집에 안 들어오고 사무실에서 주무세요.

특히 첫 날은 24시간 전등을 계속 켜고 지켜봐야 하거든요. 아주 갓난 애들이어서 밤, 새벽에도 수시로 돌아보는 거죠.”

 

 

병아리들이 20주가 지나 순차적으로 산란농장에 보내지면, 빈 계사에 계속해서 병아리들이 들어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부부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현재 보안농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외국인근로자까지 포함해서 모두 6명이다. 이들이 무엇보다 철저히 지키는 원칙은 방역.

보안농장에 들어갈 때는 무조건 샤워를 해야 한다. 직원들도 농장 출근시 샤워로 하루를 시작한다.

다른 계사에서 닭을 돌보다가 어린 병아리들이 있는 계사로 이동할 때도 그 전에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한다. 평균 2~3번꼴로 목욕재계를 하는 셈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면역력이 약해 언제 생길지 모르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남편 전흥근 차장이 종계육성을 처음 시작한 건 1999년. 어느 덧 18년차 베테랑으로 긴 세월을 종계육성에 헌신해왔다.

종계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병아리를 일령에 맞게 제 몸무게로 키워내는 일. 1주령, 2주령… 해당 주령에 따라 체중에 맞게 키워야 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4주, 8주, 12주 간격으로 3번에 걸쳐 일일이 전체 병아리 체중을 재고, 체중에 따라 대중소로 나눠 사료량을 조절하고 체중을 조절해나간다.

상대적으로 약한 병아리들은 사료를 더 주면서 살뜰히 보살핀다.

‘얼마나 건강한 닭을 키웠는가’를 보여주는 육성율과 ‘얼마나 고르게 키웠는가’를 보여주는 균일도를 높이기 위해 매 순간 부모 마음으로 관심과 정성을 쏟는 이유다.

“병아리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사람과 같다”며 전 차장은 중2병에 걸린 병아리 이야기를 들려준다.

 

 

“병아리들도 중2병이 있어요. 까칠해지는 거죠. 계사에 들어가면 밥 주러 들어 온 줄 알고 사료 달라고 달려들고 자기들끼리 밟기도 하면서 난리가 나죠.

사료를 주지 않는 날은 체중별로 분리해 놓은 칸막이도 곧잘 넘어 다닙니다.”

 

 

건강한 닭(육계)의 근간이 되는 종계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최적의 계사 환경은 필수요소.

“침대만이 과학이 아닙니다. 종계농장도 과학입니다”고 말하는 전 차장은

사료, 물, 온습도의 조화를 강조한다.

특히 습은 질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습 조절을 위해 왕겨를 계속 보충해서 뽀송뽀송한 깔짚을 유지해야 한다.

이렇듯 최적의 계사 환경을 찾아내기 위해 관련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보안농장이 1년 내내 깨끗한 농장을 자랑하는 이유도 이런 전 차장의 마인드에서 비롯됐다.

 

 

2010년 전북 부안군에 농장이 처음 터를 잡을 때부터 동고동락을 함께해온 전흥근 차장이 농장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가끔 아이들이 “우리 아빠가 부안에서 닭 제일 많이 키운다”고 친구들한테 자랑하는 걸 볼 때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든다고 말한다.

“이 일이 천직이란 생각이 들어요.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죠.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희소한 직업이니까요.

만약 아이들이 장래 무엇을 해야할지 정하지 못하면, 아들한테 이 직업을 물려주고 싶어요. 축산도 괜찮다고, 아빠 밑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이죠.”

 

산란농장에서 “닭을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되다는 전흥근·이혜임 부부.

24시간 상시대기조로 생활하면서 가족끼리 여행 갈 엄두도 못내지만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비록 닭은 하늘을 날지 못하는 새지만, 인생의 항해에서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종계를 만난 건 내 삶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